[산림녹지신문]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산불이 대형화·일상화하고 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소중한 산림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잿더미가 됐다.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회재난이다. 산불이 일어나면 소중한 인명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기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봄철, 특히 3월 중순∼4월 하순에 기온이 따뜻해지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기압 차로 인한 강한 바람이 많이 불기에 산불 발생에 최적의 조건이 형성된다. 산불 발생 위험은 기온이 1.5℃ 상승 시 8.6%, 2℃ 상승 시 13.5%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초속 5m의 바람에 낙엽층의 불이 나무 상층부로 번지기까진 약 16초가 걸리며, 경사도가 30도인 산림에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나 빨라진다. 또한 숲이 지난 20년 전보다 3배나 빽빽해져 산불 발생 시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산불의 주요 원인인 입산자 실화는 물론 논두렁·밭두렁에서 영농부산물 소각 등 관행적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 만큼 산불의 원인별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 산불이 있을 때마다 대책을 수립해왔다. 대형 산불 방지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관건은 그 대책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먼저 산림 인접지 영농부산물은 집중 파쇄해 소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림청과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이 협업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입산자 실화 등 주요 산불 원인별로 예방 대책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특히 한번에 1만ℓ 정도의 물을 공중에서 투하할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의 확충이 시급하다.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리콥터는 8000ℓ 용량의 대형 헬기 7대, 3000ℓ 용량의 중형 헬기 29대(러시아제 헬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부속품 공급이 중단돼 21대만 가동 중), 2000ℓ 용량의 중소형 헬기 2대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서 임차한 헬기도 77대나 되지만 대부분 1000∼2000ℓ 용량의 중소형 헬기다. 산불 진화용 헬기는 주문 제작이기 때문에 계약 후 약 3년(30개월)이 지나야 도입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1대 가격이 550억원에 달해 비싸지만 국가 안보를 지키고 사회재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아울러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등 산불 진화 장비를 대폭 확충해 나가야 한다. 산림청이 현재 29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적어도 100대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 산불 진화 인력을 늘려야 한다. 산불 진화 인력은 산림청 소속으로 100여명의 공중진화대(공무원), 산불재난특수진화대(대부분 공무직, 일부는 계약직), 지자체 소속 산불예방진화대(대부분 산불 기간에만 고용하는 계약직)가 있다. 이제는 산림재난방지단으로 통합해 관리하고 가능하다면 일정 기간만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연중 고용해 전문교육 등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고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불 지상 진화를 위해서는 산불 진화 임도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1㏊(3000평)당 임도 밀도는 약 4m로 산림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폭 5m 이상의 산불 진화 임도를 산불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야간 산불 진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불 대책은 국가 재난 안전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